물회이야기
부산 사람들은 바다를 먹고 산다. 그것도 날것으로.
‘포항물회’라는 말이 있다. 워낙 유명하다 보니 '물회'라는 단어 앞에는 자연스럽게 '포항'이 붙는다. 마치 전주비빔밥, 춘천닭갈비처럼.
그런데 여기서 잠깐. 부산에도 물회가 있다.
포항과 부산의 물회를 같은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름만 같을 뿐, 모양과 맛은 다르다.
포항이 고추장 베이스의 진하고 강렬한 맛을 자랑한다면, 부산 물회는 더 다양하다.
재료도 제각각이다. 가자미를 쓰는 집, 광어를 쓰는 집, 해산물을 한데 모아놓는 집, 오징어로만 승부하는 집. 같은 '물회'를 시켜도 상 위에 올라오는 건 전혀 다른 그릇이다.
내오는 방식도 다르다. 육수를 처음부터 넉넉히 부어서 주는 집이 있고, 슬러시처럼 얼려서 따로 내오는 집이 있다. 아예 물 없이 비빔 스타일로만 먹도록 하는 집도 있다. 어느 게 맞고 어느 게 틀린 게 아니다. 그 집의 방식이 그 집의 물회다.
문제는 편견이다.
'물회는 포항 거야', '물회는 이렇게 생겨야 해'라는 틀을 들고 부산 골목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낯선 그릇에서 실망하게 된다. 기대와 다르니까. 익숙한 맛이 아니니까.
그런데 편견을 내려놓고 걸으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기장 연하리 바닷가에 늘어선 횟집들. 서면 뒷골목 허름한 골목길사이의 이름난 횟집, '물회·회덮밥'이라고 눌어붙어 있는 글씨. 남포동 시장 안쪽, 아줌마가 혼자 지키고 있는 좁은 가게. 광안리 바닷가에서 한 블록 들어간 자리의 어판장 냄새 나는 식당.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부산의 물회는 특정한 하나의 형태가 없다. 그게 오히려 부산답다.
포항이 정제된 전통을 지켰다면, 부산은 그냥 먹어왔다. 그날 잡힌 걸, 그 집 방식으로, 그냥. 정답을 내세우지 않으니 다양해졌고, 다양해졌으니 골목마다 달랐다.
부산에서 물회를 제대로 먹으려면 한 가지만 준비하면 된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서, 내오는 걸 먹을 것.
그러면 이 도시의 바다가 혀 위에 올라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