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갔는데, 다른 게 좋아졌어요
비빔냉면을 먹고 싶었는데, 그날은 주문이 안 된다고 했어요. 2022년 7월, 금정산장에 다시 갔을 때의 일입니다. 산에 오르기 전에 배를 채울 생각으로 야외에 자리를 잡았고, 메뉴를 고르다가 작은 아쉬움이 생겼죠. 처음 온 집이었다면 그냥 다른 걸 골랐을 텐데,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온 곳에서는 사소한 일도 지난번과 비교하게 되나 봐요. 결국 비빔국수와 산채비빔밥, 해물파전을 주문했어요. 그리고 그날 가장 맛있게 먹은 건, 처음부터 먹고 싶었던 국수 쪽이 아니었답니다.
금정산장에 처음 갔던 게 언제였는지, 당시에도 기억이 살짝 어긋나 있었어요. 작년쯤이겠거니 하고 사진 날짜를 봤더니 2020년 10월. 생각보다 오래전이더라고요. 그 가을에는 친구와 금샘을 보고 내려와 잔치국수와 땡초부추전을 먹었는데, 음식도 좋고 바깥에 앉아 있는 기분도 좋아서 다음 산행에도 들러야겠다는 마음이 남았어요. 두 해 가까이 지났는데도 얼마 전 일처럼 느껴졌던 건, 아마 그 식탁의 기억이 그만큼 또렷했기 때문일 거예요.

다시 찾은 날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대신 밥을 먹고 올라가기로 했어요. 가을이 여름으로 바뀌었고, 식사 순서도 거꾸로가 됐지만 초록을 가까이 두고 앉으니 여기까지 오길 잘했다 싶었죠. 따로 나온 고추장 통을 들고 산채비빔밥에 소스를 몇 번 둘렀는데, 생각만큼 맵지 않아 맛있게 먹었어요. 이날은 이 비빔밥이 제일 좋았습니다. 해물파전도 맛있었고, 비빔국수는 제 입에 무난한 편이었어요. 먹고 싶었던 냉면은 못 먹었지만, 비빔밥을 앞에 두고는 맛있다는 말이 먼저 나왔어요.

밥을 먹고는 기분 좋게 산으로 향했어요. 처음 방문했을 때와 같은 메뉴를 먹은 것도, 같은 계절을 만난 것도 아닌데 두 번째 식사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죠. 나중에 두 번의 식사를 나란히 떠올려 보니 조금 웃음이 났어요. 저는 예전에 좋았던 집을 고르면 그날의 기분도 비슷하게 따라올 거라고 기대하는 것 같거든요. 그런데 막상 돌아가 보면 예상과 다른 메뉴가 더 맛있기도 하고, 식사를 하는 순서부터 달라지기도 해요. 다시 갔다는 사실은 같아도, 그 안에서 좋아지는 건 매번 조금씩 달랐어요.
이번에는 내가 데려온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과 함께 돌아갔을 때는 그 차이가 더 잘 보였어요. 같은 해 초여름, 남천녹차팥빙수에 친구들을 데리고 갔는데 이번에도 야외 자리는 없었거든요. 평일에 찾아갔지만 1층에도, 2층에도 바깥에 앉을 빈자리를 찾지 못했어요. 가게 안팎으로 식물이 무성해서 바깥자리가 좋아 보였는데, 막상 친구들과 온 날에도 그곳에 앉지 못하니 아쉬웠죠. 결국 1층 실내에 자리를 잡았어요. 처음 왔을 때는 손님이었다가 두 번째에는 이 집을 소개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는 게, 별것 아닌데도 기분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처음 찾아간 건 5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어요. 가게를 구경할 틈이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고, 입구가 여러 군데라 주문하는 곳을 찾느라 둘러보기도 했죠. 그래도 자리는 비교적 빨리 났고, 빙수를 들고 계단을 조심조심 올라가 2층에 앉았어요. 그렇게 조금 분주하게 시작한 방문이었는데 팥빙수 한입을 먹고 나니 손님이 많은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얼음 위에 팥, 녹차가루 조금. 제가 기억하는 그릇 안에는 이것저것 많이 올라가 있지 않았어요. 팥이 적당히 달아서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게 좋았고, 그 단순한 구성이 마음에 남았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다시 왔을 때도 빙수 맛은 기대가 됐어요. 이번에도 야외 자리는 놓쳤지만, 친구들도 맛있다며 만족해하니 데려오길 잘했다 싶었죠. 제가 만든 팥도 아니고 제가 갈아낸 얼음도 아닌데, 좋아하는 집을 소개한 것만으로 괜히 뿌듯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처음의 저는 제 입에 맛있는지를 보고 있었는데, 두 번째에는 친구들도 이 맛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더해진 셈이죠. 그날 기억을 다시 꺼내면 결국 못 앉은 야외 자리보다 친구들과 먹었던 빙수 쪽에 오래 머물게 돼요.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집을 보여주는 일은 취향을 조금 내보이는 일이기도 하더라고요. 같은 공간이 예쁘다고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고, 제가 맛있게 먹은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친구들도 만족했던 그날의 방문이 더 반가웠는지 모르겠어요. 혼자 알고 있던 맛에 함께 먹은 기억이 생기고 나면, 다음에 그 가게 이름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얼굴도 달라지거든요. 사상의 올차는 그렇게 여러 사람과 여러 날의 기억이 쌓여 있던 곳이었어요.
2019년에 삼락공원에서 러닝을 하고 따뜻한 차를 마셨던 날도, 연말에 친구들과 매운 떡볶이를 먹고 들렀던 날도 있었어요. 사진을 찾아보니 같은 카페에 세 번쯤 갔더라고요. 연말 사진에는 커다란 트리까지 있어서 계절이 쉽게 떠올랐죠. 그런데 2021년 봄, 올차로 향했던 날은 카페보다 먼저 기억나는 일이 있어요. 다음 날 제주도 한 달 살이를 떠난다는 친구가 약속에 스쿠터를 끌고 나타났거든요. 전날 샀다면서요. 그걸 제주도까지 가져갈 거라는 친구를 보며 저는 걱정부터 했어요. 친구의 스쿠터에는 함께 타지 않았고, 밥 먹은 곳에서 올차까지는 걸어갔습니다.

창가에 앉아 친구는 커피를, 저는 아카시아 에이드를 주문했어요. 동그란 얼음 안에 꽃잎이 들어 있었는데, 큰 잔에 담긴 색도 예쁘고 섞으면 또 다른 색이 되는 게 마음에 들었죠. 음료를 앞에 두고 친구가 제주도에서 어디로 갈지, 한 달 동안 무엇을 할지 이야기했습니다. 스쿠터가 걱정돼서 타박은 했지만 그렇게 훌쩍 떠나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어요. 생각해 보면 제가 러닝 동호회에 들어가게 된 것도 그 친구 덕분이었거든요. 걱정스럽다고 생각하던 친구에게 고마운 일도 꽤 있었다는 걸, 새삼 떠올리게 됐어요.

출발은 다음 날인데 짐은 아직 준비하지 않았다는 친구가 먼저 일어났고, 저는 다른 테이블로 옮겨 조금 더 있다가 나왔어요. 함께 와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혼자 남아 음료를 더 즐긴 날. 익숙한 카페에서 그렇게 다른 오후를 보내고 나니, 올차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장면도 하나 늘었죠. 러닝을 마친 뒤 마셨던 따뜻한 차 옆에, 제주도로 떠나기 전 친구와 나눈 여행 이야기가 놓인 거예요. 같은 곳을 다시 찾는다는 건 지난번과 똑같은 시간을 보내러 가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금정산장에서는 먹고 싶었던 메뉴를 못 먹었고, 남천동에서는 앉고 싶었던 자리를 놓쳤어요. 올차에 함께 간 친구는 저보다 먼저 일어났고요. 그런데도 이 집들에 또 가고 싶은 건, 못 했던 일을 마저 해보고 싶어서만은 아니에요.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 있었으니까요. 처음 좋아했던 이유가 다음 방문의 전부를 정해주지는 않는 모양이에요. 다음에 이 집들 중 한 곳에 다시 간다면 메뉴가 달라져도, 앉는 자리가 바뀌어도 조금은 반가울 것 같아요. 이번에는 무엇을 좋아하게 될지, 아직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