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식문화·역사·산업 이야기
매거진 기사 6개
금정산 등산로를 타고 산성마을에 이르면, 땀에 젖은 몸으로 평상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는 사람들을 흔히 만난다. 두부전골이나 파전 한 접시를 곁들여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는 것이 이 마을의 오랜 풍경이다. 뽀얗고 걸쭉한 그 술은 이곳에서만 나는 누룩과 물로 빚어진다는 자부심을 담고 있다. 다른 막걸리보다 산미와 탄산이 강하고 걸쭉한 편이어서, 한번 맛을 들이면 잊기 힘든 개성을 지녔다는 평도 많다. 전국에 수많은 막…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마천루 사이를 걷다 보면, 이곳이 한때 비행기가 뜨고 내리던 활주로였다는 사실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나루공원 야외무대 인근에 작은 표지석이 하나 서 있다. '수비의 역사'라는 이름이 새겨진 이 돌은, 화려한 빌딩숲으로 뒤덮인 이 땅이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활주로와 관제탑이 있던 공항이었음을 조용히 증언한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0년, 일제는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해 이 일대에…
지금 '부산'이라 하면 자갈치와 해운대, 남포동과 서면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이름이 지역을 대표하게 된 것은 사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10년 8월 이전까지, 이 땅의 상위 지명은 부산이 아니라 동래였다. 부산은 동래부에 속한 여러 포구 중 하나에 불과했고, 지금 우리가 아는 것과는 정반대로 동래가 부산을 관할하는 이름이었다. 동래의 역사는 무려 이천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삼한시대 장산국, 또는 거칠산국…
자갈치시장을 뒤로하고 해안시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코끝을 스치는 냄새가 달라진다. 비린내와 뒤섞인 진한 국물 냄새, 그 사이로 유독 도드라지는 알싸한 후추향. 선지국밥거리다. 좌판이 늘어선 골목 초입부터 김이 오르는 뚝배기들이 줄줄이 놓여 있고, 국자로 선지와 고기를 퍼 담는 손길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뽀얀 김이 오르는 뚝배기 앞에 앉아 첫술을 뜨면, 화려하지도 정갈하지도 않은 투박한 맛이 혀에 와닿는다…
남포동 국제시장과 부평깡통시장. 좁은 골목 사이사이 좌판에 걸터앉아 후루룩 비벼 먹는 비빔당면은, 화려한 맛집 리스트에 오르내리기 훨씬 전부터 이 골목을 지켜온 음식이다. 삶은 당면에 매콤달콤한 양념장을 붓고, 김치와 시금치를 얹어 쓱쓱 비벼내면 그것으로 끝이다. 재료도 조리법도 소박하기 짝이 없는 이 음식이 어떻게 부산을 대표하는 골목 별미가 되었는지, 그 뿌리를 따라가면 시장 자체의 역사와 만나게 된다. 남포동과 부평동 일…